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전세계 무역 파트너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글로벌 무역전쟁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언해온 관세 전쟁은 지난 4일 중국에 대한 추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10일부터 보복 조처에 들어가면서 시작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으로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이자, 주요 무역 상대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같은 시점부터 부과하기로 한 25%의 전면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하며 적성국뿐 아니라 동맹국까지도 관세 표적에 포함했습니다. 여기에 오늘 상호 관세 부과 방침까지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통상 측면에서 선전포고를 날렸습니다. 미국 시장이 상당히 개방된 데 반해 무역 상대국들은 폐쇄적이어서 상당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는 게 이번 조처의 배경입니다. 백악관은 우선 미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준수하지 않는 사례로 브라질의 에탄올, 인도의 농산물 및 오토바이, 유럽연합의 조개나 자동차 등의 품목을 들었습니다. 또 미국의 경우, 농산물에 대한 평균 적용 최혜국대우 관세율은 5%인데 인도는 39%이고 미국은 인도산 오토바이에 대해 2.4%의 관세를 적용하지만, 인도는 미국산 오토바이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입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자주 관세 부과 대상으로 언급해온 유럽연합(EU)도 ‘콕 집어’ 불공정 사례로 거론했습니다. EU가 원하는 모든 조개를 미국에 수출하면서도 EU는 미국 내 48개 주에서 생산되는 조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2023년 미국의 EU산 조개 수입은 2억7천400만 달러, 수출은 3천800만 달러에 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2.5%의 관세만 부과하지만, EU는 미국의 4배인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악관은 그러면서 “132개국의 제품 라인 60만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수출업체들이 상대국보다 더 높은 관세를 내는 경우가 3분의 2를 넘었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호 관세는 상대국과 동등한 세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트럼프식 상호 관세’는 관세뿐 아니라 무역 상대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특유의 조세 제도나 환경 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 환율, 역외세금까지 고려하고 있어 문제는 복잡해집니다. 특히 백악관은 이러한 비관세 장벽의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이나 애플 등 미국의 거대 다국적기업에 매겨지는 ‘디지털세'(digital service tax)를 들었습니다. 캐나다와 프랑스가 이 세금을 통해 미국 기업들로부터 매년 5억 달러 이상을 징수하고 있으며, 모든 국가를 통틀어 미국 기업에 연간 3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한 달도 안 돼 이처럼 관세를 통한 무역전쟁에 뛰어든 것은 그간 강조해온 대로 엄청난 규모의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관세 징수를 통해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 부채를 축소하는 동시에 감세 공약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해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꾀하려는 포석으로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