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20개국 G20 협의체가 기로에 선 형국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대응에 회원국들이 이견을 드러내는 가운데 향후 G20 협력이 과거처럼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G20은 1999년 서방 중심의 주요 7개국 G7과 유럽연합 EU 의장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경제 규모가 큰 20개국 재무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참여하는 회의체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정상급 회의체로 격상돼 10년 넘게 국제사회의 현안 대응을 위한 최고위급 협의체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G20 운영이 위기를 맞은 모습입니다. 어제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 때 러시아 측 연설이 시작된 뒤 벌어진 상황이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EU 측 대표는 회의장에서 퇴장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의 뜻을 드러냈지만, 나머지 상당수 국가 대표들은 자리를 지켰습니다. G20은 경제규모 위주로 참여대상을 모으다 보니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미국과 갈등을 빚는 국가는 물론 민주주의 발전 정도가 덜하거나, 심지어 인권 문제로 종종 논란을 빚는 권위주의 국가까지 포함된 게 현실입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G7과 구성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러시아, 중국과 협력적 관계를 가진 국가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이 점점 커지면서 G20이 예전처럼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G20을 중국, 러시아 압박을 위한 장으로 활용하려 할 경우 서방과 나머지 상당수 회원국 간 이견으로 인해 공고한 협력보다는 균열이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의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은 세계가 분열돼 있음을 드러냈다며 서방의 회의장 퇴장 장면은 러시아가 여전히 G20에서 친구가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