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많은 인구가 밀집해 거주하는 동부와 서부 지역에서 최근 ‘기후대란’으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며칠 사이에 폭풍우가 거듭 강타해 이재민 수천 명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북동부에는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설이 내려 교통이 마비됐습니다.
서부 지역에는 지난해 말부터 태평양에서 발원한 ‘대기의 강'(대기천·atmospheric river) 현상이 잇달아 발생해 비를 계속 뿌려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인 10∼11일 10번째 폭풍우가 찾아온 데 이어 불과 사흘 만에 또다시 11번째 폭풍우가 닥쳤습니다. 최근 두 차례의 폭풍우는 캘리포니아주 중부 샌프란시스코만 일대를 집중적으로 강타했습니다. 만을 끼고 있는 대도시 새너제이를 비롯해 샌타클래라·샌머테이오·콘트라 코스타 카운티 등에서 피해가 컸습니다. 한국 교민도 많이 거주하는 새너제이 일부 지역은 전날 낮 12시 39분께 정전이 시작돼 거의 하루가 지나도록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주요 정보통신(IT) 업체들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도 한동안 정전 피해를 겪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은 전했습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이날 기준으로 전체 58개 카운티 중 43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응급 구호와 지원 등을 지시했습니다.
한편 북동부 지역은 봄으로 향해 가는 와중에 겨울 폭풍이 찾아와 피해를 겪었습니다. 전날 밤 북동부 지역에 눈보라가 닥치면서 뉴욕주와 버몬트주 등 일부 지역에는 최대 91㎝ 높이로 눈이 쌓였습니다. 눈은 밤새 잦아들었지만, 강풍으로 나무와 전신주들이 쓰러지면서 이 일대에 대규모로 전기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뉴햄프셔주와 뉴욕주, 버몬트주, 메인주, 매사추세츠주 등의 19만여 가구에 계속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써 14일 오후부터 15일 오전까지 서부 21만여 가구와 동부 19만여 가구 등 도합 약 40만 가구가 단전 피해를 겪었습니다. 또 이틀 새 미국 내에선 항공편 총 3천여편이 악천후로 취소돼 ‘항공대란’으로 이어졌습니다.
본토의 이런 악천후는 좀처럼 끝나지 않고 더 이어질 것으로 예보돼 주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립기상청(NWS)은 서부의 폭풍우가 15일 그친 뒤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다음 주에 다시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상예보관들은 오는 21∼23일 캘리포니아 대부분 지역에 비나 눈, 강풍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동부 뉴욕 북부와 뉴잉글랜드 일부 지역에는 이날 눈이 더 내려 최대 10㎝가량 쌓일 것으로 예보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