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념적 양극화와 이에 따른 갈등이 첨예해진 가운데 학교와 공립도서관 소장 도서에 대한 ‘검열’ 요구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카고에 본부를 둔 미국 도서관 협회는 오늘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미국 도서관 협회에 접수된 학교·공공도서관 소장 도서, 학습 교재 등에 대한 금지도서 지정·제거 요청은 총 1천269건으로, 지난해 729건의 2배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수치입니다. 지난해 ‘검열’ 요청 목록에 오른 책은 총 2천571권으로 58%는 학교, 41%는 공립도서관에 각각 소장된 서적 또는 교재였습니다. 검열 요구 사례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최고 378권 최저 190권 수준이던 것이 2021년부터 폭증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21년 이전까지는 한 번에 1권의 책에 대한 검열 요청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90%가 다수의 책에 대한 검열 요청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도서관 협회는 “지난 2년간 유례없이 많은 도전이 제기됐다”며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학부모 또는 지역사회 구성원이 개별 책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으나, 지금은 조직적인 단체가 금서 목록을 만들어 문제를 삼으면서 도전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논란의 핵심이 된 내용은 성소수자 또는 인종 문제였습니다. 진보주의자들은 인종차별적 언어가 사용된 점을 들며 ‘가장 미국적인 소설’로 손꼽혀온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 등을 표적 삼았습니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마이아 코바베의 ‘젠더 퀴어’ 등 성소수자 관련 서적과 인종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1669 프로젝트’ 등을 겨냥했습니다. 미국 도서관 협회는 ‘검열’ 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 될 수 있다며 “누구나 어떤 책을 읽을지, 어떤 사상을 탐색할 지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 책 선택은 독자의 몫이고 어린이의 경우 부모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