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이어가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독립운동가 오창익 지사의 건국포장이 후손에게 전달됐습니다. 한때 이름조차 잊힐 뻔했던 독립운동가의 흔적은 묘비에 남겨진 작은 표식 하나를 통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후손을 찾는 과정에는 하와이 한인사회의 꾸준한 역사 발굴과 기록 작업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1903년 하와이에 첫발을 내디딘 한인 이민자들.
낯선 땅에서 사탕수수 농장의 고된 노동을 견디며 살아가야 했지만, 그들의 마음 한편에는 조국을 향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독립운동가 고(故) 오창익 지사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황해도 재령 출신인 오 지사는 하와이에 정착한 뒤 대한인국민회 활동 통해 독립운동의 길을 걸었습니다.
1935년에는 민찬호, 차신호 등과 함께 중한민중동맹단을 조직했고, 1943년에는 조선민족혁명당 하와이지부를 창립해 승전후원금을 모금했습니다.
이듬해에는 하와이총지부 재무를 맡아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 관리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오창익 지사는 지난 1959년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고 호놀룰루 오아후 묘지에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2년.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미주한인재단 하와이와 KBFD, 하와이 한인이민연구소, 민주평통 하와이협의회, 하와이 한인 미술협회 등 범동포사회가 함께 진행한 초기 한인 이민자 묘비 탁본 프로젝트를 통해 오창익 지사의 독립운동 행적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 공적을 인정해 2022년 건국포장을 추서했습니다.
하지만 포장을 전달할 후손을 찾지 못해 지난 4년간 국가가 보관하고 있던 건국포장은 묘비에 남겨진 작은 표식 하나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냈습니다.
2023년 주호놀룰루총영사관과 KBFD, 하와이 한인이민연구소가 독립운동가 묘비 표식 달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오 지사의 묘비에도 독립유공자를 알리는 표식이 부착됐습니다.
그리고 손자 제프리 오 씨가 할아버지의 묘지를 찾았다가 이 작은 표식을 발견했습니다.
표식에 적힌 내용을 따라 총영사관에 문의하면서 수십 년 동안 끊어졌던 후손과 국가의 연결고리가 다시 이어졌습니다.
묘비 위 작은 표식 하나가 잊혀졌던 역사를 다시 깨우는 신호가 된 것입니다.
지난 13일 주호놀룰루총영사관.
국가보훈부 관계자와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창익 지사의 건국포장 전수식이 열렸습니다.
이번 전수를 위해 국가보훈부 관계자들이 직접 하와이를 찾아 손자 제프리 오 씨와 증손녀 코트니 오 씨에게 건국포장을 전달했습니다.

어문용 / 국가보훈부 보훈기록관리과장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독립유공자로 서훈됐지만 후손을 찾지 못해 아직 훈장을 전달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하와이에도 현재 50여 명의 독립유공자가 후손을 찾지 못해 훈장을 전수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번 오창익 지사의 사례는 지역사회가 남겨진 기록과 흔적을 찾아가는 일이 후손을 찾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손자 제프리 오 씨에게도 할아버지의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된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서 전해 들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있었지만, 그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는 이번에 가족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제프리 오 / 오창익 지사 손자

“할아버지의 역사는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남상민 주호놀룰루총영사는 하와이 한인들의 독립운동 공적을 더 발굴하고 기록해 정부의 공식적인 예우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남상민 총영사 / 주호놀룰루총영사관

전수식 이후 어문용 과장은 하와이 한인회와 미주한인재단 하와이, 하와이대학교 한국학센터 등을 차례로 방문해 아직 찾지 못한 독립유공자 후손을 찾는 데 지역사회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바다 건너 하와이에 남겨진 독립운동의 흔적들.
그리고 이제 그 흔적들이 후손을 찾아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름은 묘비에 남았고, 뜻은 역사 속에 남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이름을 기억하고, 그 후손을 찾아 그들의 희생에 우리가 답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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