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교동, 황원식의 묘”, “대한 경기 강화 박덕순”, “한국 경기도 부평군 민합라 독립유공자”…

하와이 오하우섬 공동묘지에 한글로 새겨진 묘비명들입니다. 1902년 12월, 제물포에서 하와이로 향하는 한국 최초의 이민선을 타고 낯선 땅으로 떠났던 인천 사람들. 그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고된 노동, 열악한 환경과 배고픔, 그리고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냈습니다. 그 치열한 삶의 흔적이 바로, 묘비명에 남아있습니다. 끝내 돌아가지 못한 고국을 그리워하며 생을 마감한 이민자들은, 마지막 기록만큼은 한글로 고향과 이름을 남겼습니다.

하와이 한인 미술협회와 고송문화재단 그리고 인천시 중구 송학동의 제물포 구락부가 이 묘비명들을 탁본한 종이를 전시하며, 하와이 한인 1세대의 삶을 다시 조명합니다. ‘기록되지 못한 역사, 기억되어야 할 이름들’이라는 제목의 이번 특별전은, 하와이 오아후 묘역에서 탁본한 40여 점을 비롯해, 초기 이민자들의 사진, 일기, 노동계약서 등 총 65점의 유물을 공개했습니다. 강화도에서 하와이로 이주해 한인 감리교회를 세운 김이제 일가족, 독립운동가로 변신한 사진신부 민함나 여사, 공동체를 일군 박덕순 씨 등 잊혀졌던 인물들의 이야기 역시 함께 전시됩니다. 전시와 함께, 하와이 한인 미술협회와 워싱턴 미술협회 작가 8인이 참여하는 연계 전시 ‘디아스포라의 시선, 예술로 이어지다’도 마련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미주한인이민 120주년을 기념해 미주한인재단 하와이와 KBFD TV가 공동제작으로 하와이 한인 동포사회와 배우 김승우씨가 함께 이민선조들의 묘비를 탁본하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흔적‘과 한국계 미군 한국전 참전용사의 이야기를 다룬 ’제복의 영웅들‘ 두 작품도 특별 상영되면서 한민족의 이주 역사를 예술 작품으로 풀어냈습니다. 이번 전시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으며, 오는 8월 31일까지 인천 제물포 구락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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