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백지화에 이어 이번엔 낙태약 승인을 둘러싼 엇갈린 판결로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입니다.

텍사스주 연방법원과 워싱턴주 연방법원은 지난 7일 각각 경구용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을 놓고 정반대 판결을 내놨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매슈 캑스머릭 텍사스주 애머릴로 연방법원 판사는 FDA가 2000년 미페프리스톤에 대해 내린 사용 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FDA에 긴급 항고 기회를 주기 위해 이 결정의 법적 효력은 7일 후 발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진보 성향의 토머스 라이스 워싱턴주 스포캔 연방법원 판사는 워싱턴DC 등 17개 주가 제기한 별도 소송에서 FDA는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사용 승인을 변경하지 않아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한 두 연방법원 판사의 상반된 판결은 여성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낙태를 둘러싼 새로운 전선을 열게 되었습니다. 민주당은 낙태권 문제를 선거운동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적극적으로 쟁점화하는 반면 공화당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침묵을 지키는 등 양당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고,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텍사스 법원의 결정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모든 주에서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빼앗으려는 사람들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복원하는 법을 통과시킬 의회를 선출하는 것뿐”이라며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낙태에 대한 여성 권리를 보호하고 자기 건강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재임 중 보수성향 대법관 임명으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데 일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판결에 대해 아무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만이 FDA가 2000년 인간 생명을 부주의하게 무시했다고 비난하면서 “오늘 또다시 생명이 승리했다”며 텍사스 판결을 환영했습니다. 지난달 공개된 마켓대 법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7%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취소 판결에 반대하고 있으며 찬성은 33%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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